12월 1일, 수영강습이 시작되는 날이다.

새벽 수영을 꾸준히 한 건 고등학교 이후 처음이니 거의 22년 만이군. 심지어 수영 강습을 들은건 중학교때가 마지막이었으니, 25년 만인가... 그동안 수영을 아예 손 놓은적은 없었지만, 끽해봐야 1년에 한 두번 수영하러 갔었던 고로, 간만에 수영강습을 들을 생각에 조금은 들뜨기도 했다.

들뜬 마음으로 어젯밤 수영복을 챙기려고 하는데 가지고 있는 수영모자가 모두다 학교 동아리 단체 맞춤 모다 아니면 올해 은총이 대회 모자밖에 없었다.

학교 동아리 모자는 도저히 부끄러워서 못 쓰겠고, 은총이 대회는 더더욱... (부상 때문에 신청만 해놓고 참가하지도 못했으니...) 어쩌나... 하다가 몇 주전에 후배가 선물해 준 캐릭터 수영모자가 생각났다.

그나마 무난하다고 생각해서 이걸 쓰고 갔었는데, 아침에 보니 이거도 엄청 튄다. 다들 흰색, 회색, 검정색 또는 단순한 패턴의 모자만 쓰고 있는데, 나혼자 캐릭터 그림에 하트 뿅뿅 박힌 모자를 쓰다니... 으으 부끄럽다.

첫날이니, 시간이 어느정도 걸릴지 도저히 감이 안와서 조금 일찍 수영장으로 갔다. 앞으로는 6시 45분까지 가도 충분할 듯 하다. 시작하기전 강사분이

코치 : 오늘 처음 오신 분?
해서 손을 들었다.
코치 : 수영은 해보셨나요?
나 : 네 영법은 모두 다 할 줄 압니다.
코치 : 그러면 저기 1레인으로 가세요.

음.. 레인이 총 4개 있는데, 보니까 초급(4레인) - 중급(1레인) - 상급(2레인) - 연스(3레인) 으로 보인다.

처음에 몸풀기로 자유형 시키는데, 한바퀴 돌고 오니까 코치가 상급반으로 옮기라고 한다. 흠흠...아직 수영을 까먹은 건 아니었군(뿌듯) 이라며 뺑뺑이를 좀 돌다보니 호흡이 가빠서 도저히 건딜 수가 없다. 코치에게 수영을 오랫동안 안했더니 호흡이 안되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말하고 자진해서 중급반으로 다시 내려갔다. 


마라톤 완주도 했고, 꾸준히 달리기와 자전거를 했어도, 수영에서의 호흡은 또 다른 문제구나 라는 걸 다시 느꼈다. 


수업 끝날때쯤 코치가 다시 말한다. 

코치 : 여기는 안힘드시죠? 다음시간부터는 2레인(상급반)으로 옮기세요

나 : 아니요, 호흡이 딸려서 여기서 좀 더 있겠습니다. 

코치 : 올라가셔도 되요, 여기 계시면 운동 안될 텐데요

나 : 더 있겠습니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올리려는 자와 안올라가려는 자의 눈치게임이 진행되는 듯 하다. 


그런데, 뭐 나도 수영 배울 때 그렇긴 했지만, 역시, 실내수영장에서의 꽃은 접영이지. 사람들은 접영을 배우고 싶은가 보다. 접영 발차기 시키니까 다들 신나게 하네. 나는 접영 따위는 됐고 자유형이나 부드럽게 잘하고 싶은데 말이다. 그러려면 상급이나 연수반으로 올라가야겠지. 일단 각 한달에 한 반씩 올라가야겠다. 목표는 2월에 연수반 입성 그러려면 울트라브리드를 꾸준히 해야겠군. 수영 지상훈련도 좀 해야겠다. 
Posted by JayD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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