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카페에 올린 후기를 블로그로 옮겨옵니다. (네이버 오픈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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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부터 지난 월요일까지 약 300일간의 구례 아이언맨 대장정을 마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년 넘게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꿈 하나를 드디어 이루었다는 뿌듯함에 아직도 사무실에서, 출퇴근 버스안에서 헤실헤실 거리며 웃고 다니고 있습니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다니던 수영장에 비치된 잡지에서 처음 알게되었던 아이언맨을 언젠가는 하겠다고 마음속에서 완전히 지우지 않았었고, 아들이 3돌을 지날 2015년 무렵 본격적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순진하고도 멍청하게도, "음.. 수영 힘들게 하고, 자전거 타면서 쉬고 몸을 추스른 다음 마라톤 풀코스를 힘들게 뛰는 거구나!" 라고 상상했었습니다. (자전거를 운동으로 타본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 그냥 밟으면 간다는 것 이상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저는 대회 출전하기 직전까지도 자전거가 가장 큰 골칫거리로 힘들게 힘들게 준비하였습니다. 


수영은 어릴때부터 꾸준히 했고, 워낙 좋아하던 종목이라 큰 걱정이 안되고, 자전거는 위에 쓴 것처럼 무지하고 멍청하고 순진하게 생각을 했으니, 마라톤 풀코스만 정복하면 준비는 끝나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마라톤이 베이스인 오픈케어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죠. 이것은 제가 살면서 운동과 관련하여 한 모든 선택중 제일 잘한 선택이라고 확신합니다. 


I. 접수부터 대회장까지

11월 초 대회 접수하고 자전거는 끝까지 골칫거리였습니다. 180km의 장거리도 타본 적이 없었고, 40km의 거리마저도 무정차를 못해봤으며, 40km 평속이 25도 안나오는 절망적인 자전거 실력에 동계기간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지만, 봄이 되어도 자전거 실력은 나아질 기미가 안보였습니다. 

6월 모의고사성격으로 참가한 홍성대회에서의 절망적인 성적은 자전거에 대한 두려움까지 생길 지경이었습니다. 

완주기록 : 제한시간 7시간에 3분 모자란 6시간 57분 (401등 / 466명)

수영 : 338등 / 521명
자전거 : 469등 / 497명
달리기 : 313등 / 462명


저의 본게임은 구례이므로 지금부터라도 준비 잘하면 된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었지만, 컷오프의 두려움은 점점더 제 목을 조여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5월말부터 함께한 훈련부장 대성님, 응원단장 제비님을 위시한 1기 선배님들의 우정어린 조언과 격려, 그리고 뜨거운 여름날에도 함께 달리며, 함께 밟으며 훈련한 2기 동기 형님 누님들의 도움과 바쁜 일정에도 본인의 시간을 쪼개가며 훈련파트너를 자청한 수달자전거 덕에 조금씩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자리를 빌어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인사 드립니다. 



또한, 역대급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초 5시간동안 눈에서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을 흘리며 로라훈련을 마친 후 자전거에 대한 자신감을 조금씩 조금씩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로라훈련이 다했어요)

로라훈련 후기 : https://cafe.naver.com/teamfca/37586

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모의고사로 참가한 여주 하프대회에서는 제한시간 8시간 대비 5시간 57분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기록으로 완주를 하였으며, 90KM동안 무정차로 원하는 평속까지 달성할 수 있어서 매우 성공적인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뤘다고 생각합니다. 

(여주대회 후기 : http://naver.me/5YJk0LaY )




II. 대회장에 도착하여

대회장에 도착하여 선수등록 / 수영연습 등은 다른 분들이 많이 써주신거로 갈음하겠습니다. 

단, 저는 엑스포장에서 철인3종 업계의 전설인 쥴리모스님을 만나 함께 악수도 하고 사진 찍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기쁜 일이었습니다. 




쥴리모스님의 이야기가 관심 있으시면 아래 링크를 보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nVKqFAPdjIA


III. 대회당일


1. 수영 : 1시간 30분


로망중 하나가 철인 수영 스타트시 다이빙 입수였습니다. 

그래서 멋지게 입수!!!!!! 는 전날 연습때 찍은 것이고..... ㅋㅋㅋ

현실은 캐리비안 베이 파도풀에 "뿌우~~ 뿌우~~" 할 때 처럼 사람들이 와글와글 둥둥 떠있어서 도저히 다이빙 입수할 곳을 못찾습니다. 약 1초 고민후 그냥 아래로 발부터 입수합니다. 

원래 사람들과의 몸싸움을 극도로 싫어해서 전방을 봤을때 사람들이 엉겨있으면 요리조리 피해가는 편입니다만, 오늘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닙니다. 직선으로 우오오오오오!!!! 

퍽!!! 평영 발차기에 머리를 한 방 후드려맞고 수경이 벗겨집니다. 시작한지 200미터도 안되었는데 평영을... 그것도 계속 평영으로만 전진하다니... (즐남님께서 보신 바로는 중국인이고 끝까지 평영으로 갔다고 합니다.) 잠시 줄을 잡고 수경을 고쳐쓰고 따라가서 응징하려고 열심히 갔으나 못따라잡았네요... 

수영 계획 시간보다 약 10분 일찍 나오니 안도와 기쁨이 뒤섞인 몸짓이 나옵니다. 


이제 자전거 타러 가자!!!




2. TR1 15분

수영시 어깨가 거슬리는 것이 싫어서 수트안에 맨몸으로 수영 했습니다. IM대회 규정상 맨몸을 드러내면 반칙이기에 바꿈터에 들어갈 때까지 수트를 입은 채로 들어갔습니다. 

바꿈터에서는 지난번 여주대회의 실수도 있고 하여 차근 차근 하나씩 머리에서 시뮬레이션 했던것들을 떠올려가며 최대한 빠뜨리는 것 없이 다 챙기는 것에만 집중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전거 출발!



3. 자전거 6시간 52분 (평속 27km/h, 평균 심박 156 bpm)


이번 대회 자전거 안장에 오르며 평속, 케이던스 이런건 모두 머릿속에서 지우고 심박 하나민 보면서 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목표심박은 155~160사이

전날 자동차로 코스를 다시 한번 샅샅이 살펴보면서 평속이나 케이던스에 너무 집착하기엔 업다운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파워미터의 대용치로 목표 심박을 타겟으로 설정한 것은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통에는 파워젤 9개와 BCAA 5캡슐을 물과 함께 섞어두었습니다. 그러나 첫번째 업힐을 지나고 20km지점을 통과할 때쯤 갑자기 허기가 느껴졌습니다. 

'큰일났다. 내 보급은 파워젤 섞은 물통 하나뿐인데, 벌써부터 허기지면 오늘 라이드는 실패다.'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첫번째 보급소에서 바나나를 받아 입에 구겨넣습니다. (이후 보급 지날때마다 바나나 또는 파워젤을 받아서 추가로 먹어주었습니다.) 

40km쯤 두번째 업힐을 올라갈 때 갑자기 왼쪽 종아리에 쥐가 납니다. 이건 잠시 참는것으로 해결되는 쥐가 아닙니다. 급히 클릿을 풀고 끌바를 합니다. 마음이 급한데, 아직 150km나 남았는데... 

잠시 주저앉아서 왼쪽 종아리를 주먹으로 쾅쾅 두드립니다. 제 심장 박동만큼 간절하게 두드립니다. 다운힐동안 조심조심 달래며 이후부터 보급소마다 물을 좀 더 받아서 다리에 물을 뿌려주었습니다. 




3번째 업힐구간 앞 보급소에 보니 마그네슘이 함유된 파워젤이 보입니다. 급하게 받아서 쭙쭙 빨고 올라보니 다행히 쥐가 나지 않았습니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어? 어? 어?'

업힐을 위해 앞 기어를 이너로 내렸었는데, 이제 다운힐에서 속도를 내기 위해 기어를 올려야 하는데 올라가지 않습니다. 아직 90km밖에 못 탔는데 반쪽짜리 기어로 얼만큼 탈 수 있을까?? 빨리 미케닉의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하는 순간 덜그럭 거리며 간신히 아우터에 걸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큰소리로 외치며 다운힐을 내려가 스페셜보급소로 들어갔습니다. 

스페셜 보급소에는 서포터분들 그리고 선배님들의 조언과 도움으로 공동구매한 죽과 깐포도 그리고 교체용 물통과 얼린 커피가 있습니다. 챙겨주신 마음이 너무나 감사하지만, 다른 음식을 퍼질러 앉아서 먹을 마음이 안납니다. 커피만 후루룩 마시고 물통을 교체한 후 길을 나섭니다. 이 때 철인뱅님을 만나 쥐얘기를 했더니 마그네슘 한알을 주셨습니다. 그 덕에 더이상 쥐 걱정을 안할 수 있었습니다. 




사이클 후반전이 시작되었습니다. 계속 눈앞에 일 1분뒤의 일만 생각하다보니 몇분전에 시합을 시작한 것 같은데 어느덧 시합시작한지 거의 다섯시간이 지났습니다.

"덜커덩!!!"

전방의 홀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타고 넘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정신이 멍해진 탓이겠지요. 눈앞을 바라보고 페달을 밟고 체력을 계속 쓰는 일이라... 이러면 안됩니다. 오른손으로 오른쪽 뺨을 왼손을 왼쪽뺨을 세차게 두대씩 번갈아가며 때리고 다시 페달을 밟습니다. 

확실히 집중력이 떨어진게 느껴지는 것이, 전반전에는 약 10미터 전 부터 홀 또는 턱을 인지하고 미리 피했었는데 홀을 인지하는 타이밍이 조금씩 늦어집니다. 그때마다 따귀를 때리고 볼을 꼬집고 허벅지를 꼬집으며 정신줄을 부여잡습니다. 




마지막 업힐을 올라야 합니다. 쥐걱정은 안나는데 변속이 걱정입니다. 

'이너로 내려? 내렸다가 다시 안올라가면? 미케닉이 고쳐주는게 정당한 건가? 미케닉은 공구만 제공해준다면 내가 이걸 고칠 수 있기나 할까? 그냥 내리지 말고 가장 힘든 구간만 끌바를??'

별의 별 생각을 다 해봐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질 않습니다. 에잇! 안되면 손으로 아우터에 걸고 타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고 이너로 앞기어를 내립니다. 업힐을 마치고 조심조심 기어를 올리니 몇번의 덜그럭 소리 끝에 아우터에 걸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남은 거리는 약 35km 갑자기 눈 앞이 뿌얘집니다. '어어.. 벌써 감동하지마.. 아직 많이 남았어!!' 다시 따귀를 두대 때리고 꾸역꾸역 밟아갑니다. 

19번 국도 구간은 수없이 악명을 익히 들었고 코스 답사때에도 두번이나 털렸던 구간이라서 퍙속이 한없이 떨어지더라도, 맞바람이 아무리 세게 불어도, 조바심 내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돌아가서 사이클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싸이클 마쳤다!! 만세!!!)





4. TR2 17분

쥐에 대한 염려 때문에 수시로 물을 뿌려주어서 양말이 온통 젖었습니다. 플랜 B로 준비해둔 수건으로 발을 닦아내고, CEP 카프가드와 양말을 갈아신고 썬크림을 바릅니다. 

계속 다음 할 것들을 하나씩 해가면서 나아가다 보니 어느덧 여기까지 왔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여정의 마지막 단계를 향해 걸음을 내딛기 시작합니다. 

5. 런 5시간 4분

6분페이스를 지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런을 출발합니다. 자봉분께 현재시간을 여쭤보니 3시 40분이라고 합니다. 

이제 막 런을 시작했지만 마음이 흥분되고 즐거움이 올라옵니다. 5시간 정도에 런을 마쳐도 9시 뉴스가 시작되기 전에 경기를 마칠수 있을 거란 생각에 웃음이 나옵니다.





가을 오후 구례의 햇살이 매우 따갑습니다. 모자를 요리조리 돌려가며 햇빛을 피해봅니다. 





용방초 반환점에서 반가운 얼굴 주차장님과 난나대성님이 응원을 해주십니다. 너무 감사해서 팔쩍 펄쩍 뛰어봅니다. 





보급소에 많은 보급식이 있지만 파워젤만 쭙쭙 먹으면서 진행합니다. 혹시나 카페인 함유 파워젤이 없으면 큰 낭패라고 생각하여 카페인이 들어있는 파워젤을 별도로 4개 챙겨갔는데, 필요한 타이밍에 요긴하게 챙겨먹었습니다. 

또한 보급이 워낙 든든하여 런 스페셜이 불필요하다는 조언이 있었지만, 커피 중독자인 저로서는 커피 한모금이 절실했었기에 얼린 커피를 런 스페셜에 맡겨두었고, 중간에 생명수처럼 마시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달리기를 하면서 한 번도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모든것이 정신없고, 신기하고, 감사한 느낌이었죠.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페이스는 떨어져 갑니다. 분명히 힘든건 아닌데, 파워젤을 밀어넣어도, 포도당 캔디를 밀어넣어도 페이스는 6분, 6분 30초, 6분50초... 하염없이 내려갑니다. 

나중에 사진으로 확인하니 표정도 더이상 밝은 표정이 아니더군요






30km 지점 쯤 부터 엉덩이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근육은 아니고 지속적인 마찰이 따른 쓸림현상인 듯 합니다. 보급소에 바세린이 준비되어있지만... 매우 민망한 자세로 바세린을 바를 수가 없어서 그냥 꾸역꾸역 진행했습니다만, 37km 지점에서 통증이 너무 심해서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계속 걸을까?' 

갑자기 트래커로 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가족들과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습니다. 

'그래 지금까지 너무 순조로웠어. 아이언맨이 되는데 어느정도의 고통은 감수해야하지 않을까?'

거짓말 처럼 통증이 사라질 리가 없죠... 그래도 마지막 남은 5km를 끝까지 뛰어봅니다. 정신이 자꾸 x꼬에 집중됩니다. 신경을 분산시킬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세레모니를 뭘로할까? 

고민하다가 UTMB를 1위로 골인할 때 킬리안 조넷의 지그재그 하이파이브 세레모니가 생각이 났습니다. 

마지막 구례 공설운동장이 보이고, 이제는 다 쉬어버린 제비님의 화이팅 목소리에 맞춰서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 20년이 넘은 마음속의 꿈을 토해내는 듯한 "화이팅!" 외침이 터져나옵니다. 

한 걸음마다 목이 터져라 고래고래 "화이팅! 화이팅!" 외치며 공설운동장으로 뛰어들어갑니다. 이미 수백명의 골인을 봤을 응원단 분들도 저의 "화이팅!" 고함소리에 화이팅으로 화답해줍니다. 






골인 골인이다!!!!!

해냈다!! 내가 해냈다!!!!



(IRONGYM님의 동영상은 제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단순한 만세로는 내 마음을 다 토해낼 수 없습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온 가운을 담아 고함을 앞으로 토해냅니다.

"호우!"






"꾸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레이스 중간중간 결승점을 통과할 때 내 표정이 어떨지 궁금했었습니다.

레이스 중간 어느 지점에선 '내가 정말 꿈을 이루고 있구나' 싶어서 울컥하기도 했고, 또 어느지점에선 '이런 대단한 걸 하다니! 나 되게 멋있는거 같애!' 싶어서 웃음이 피식피식 나왔었습니다.

포효 세레모니를 마치고 난 후의 내 표정은 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주었습니다. 감동과 미소가 섞인 그 중간 어디쯤의 표정


나에게 이런 얼굴이 있었던가? 인생에서 가장 불가능 할 것 같았던 꿈을 이루었을 때의 내 표정은 이런 거였구나... 





두서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anks to 

- 함프로님 문매니저님 이하 모든 오픈케언 여러분
- 구례 IM팀 훈부 대성님 응원단장 물찬제비님 이하 모든 1기 선배님 및 2기 동기님들
- SST 조지애코치님 및 철인수영교실 함께하신 모든 분들
- 수달자전거, 수영사랑님 

Special thanks to
- 2.6kg 미숙아로 태어났으나 누구보다 큰 사람이 될 수 있게 키워주신 부모님
- 자기 꿈 이뤄보겠다고 이기적으로 주말마다 운동가는 데도 응원해주고 지지해준 아내와 아들 민규

Very special thanks to 
- 내 심장, 양어깨, 그리고 두다리

감사합니다!



(일러스트 : 인스타그램 @mountainking7 윤지훈 일러스트레이터님)



(추가)
대회 내내 가장 많이 외친 말은 "감사합니다." 였습니다. 자전거 주로에서 개다리춤을 추며 응원하던 아이와 가족들, 흥겨운 사물놀이패, 뜨거운 햇살아래에서 파이팅을 외쳐준 수많은 자원봉사자님들께 수백번 고개숙이며 감사하다고 인사드렸습니다. 좋은 대회를 개최해주신 철인협회, 구례군청 그리고 자원봉사자님들께도 깊은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Posted by JayD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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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카페에 올린 후기를 블로그에도 옮겨옵니다. (네이버 오픈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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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인다고 줄였는데도 너무 길어서 두편에 나누어 올립니다. 

<<목차>>
1. 대회 접수하기 까지
2. 겨울을 잘보내자
3. 자전거 야외훈련 시작 
4. 첫번째 철인대회-'나 완주할 수 있니?'
5. 동료들과 함께 하다
6. 모의고사를 잘 치르자
7. 마음 내려놓기_이제 할 수 있는 건 없어
8. 제이디는 종목별로 이정도 준비했습니다.




5. 동료들과 함께하다. 

(1) 오픈케어 아이언맨 2기

혼자서 자전거를 준비하면서, 아쿠아슬론을 뛰면서, 홍성O2대회를 하면서 훈련과 완주가능성에 대한 스트레스와 걱정이 너무 심했졌었습니다. 

설악 그란폰도 대회날 저녁때 식사하면서 이런 저런 걱정들을 공유했었는데, 오픈케어 아이언맨 1기 선배님들께서  이제 2기도 함께 훈련할 때가 되었다며 새로운 방을 만들어주셨었죠. 그렇게 오픈케어 아이언맨 2기 열차가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오픈케어 아이언맨 1&2기 모임의 최고 장점은 훈련준비, 훈련, 대회준비등을 할 때마다 질문을 드리면 바로 바로 답을 주시는 철인계의 산증인 멘토님들께서 계신다는 점이었습니다. 

자전거 평속이 안나올때, 대회에서 무너질 때, 홍성대회 준비할 때 등 순간순간마다 제게 응원의 말씀을 건네주시고, 조언도 해주시고 충고도 해주신 1기 선배님들이 계신 덕에 6월~7월 멘탈 무너지지 않고 부여잡고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시로 함께 훈련하고, 각자 훈련한 내용도 공유해주고, 대회장 정보도 얻고 그냥 모든 것이 아이언맨 1기 선배님들의 도움과 2기 형님/누님들의 격려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일 많이 떠들긴 했지만요 ㅎㅎ)




(2) 자전거 훈련메이트

아이언맨 1&2기 단체 훈련모임이 있긴 했지만, 그 단체 훈련에 100% 함께 하기엔 좀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럴때 제게 손을 내밀어준 정말 고마운 훈련메이트 수달자전거 가 있었습니다. 

최소한 180km를 한 번은 타봐야 하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에 (자기는 구례 출전도 하지 않으면서) 선뜻 함께 180km 라이딩에 동참해주기도 했었지요.




청평에서 그늘에 널부러진 수달자전거와 함께 마신 게토레이는 정말 평생 먹어본 맛있는 음료수 탑 3안에 들어갑니다. 춘천에서도 널부러지고... 

이날 수달자전거와 함께 서로 끌어주면서 180km를 타봤다는 것은  이후에 자신감을 갖게 되는 첫 시발점이었습니다. 

비록 총 소요시간은 8시간이 넘었지만 (중간에 밥을 먹지는 않았지만 길을 좀 헤매기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180km를 탔다라는 사실만으로도 나름 뿌듯함을 가졌던 순간이었지요. 

그리고 철인수영교실에서 알게된 수영사랑님께서 자전거때문에 고민하고 계실때 또 함께 자전거를 자주 자주 타면서 자전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가는 과정도 전체 훈련과정에서 제게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3) 오픈케어

오픈케어의 모든 분들께서 항상 저를/구례준비하는 저희를 볼 때마다 응원의 말씀을 던져주신 것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오케철인 입문 1기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훈련도 제게는 매우 중요하고 고마운 경험들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저보다 훨씬더 실력이 뛰어난 분들도 계심에도 불구하고 단지 그분들보다 조금더 먼 거리를 도전하는 것에 대해 "우와~~~" 해주신게 6월, 7월 지속된 컨디션 저하로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던 저의 마음을 끌어올려주셨습니다. 


6. 모의고사를 잘 치르자

처음 대회를 접수할 때만해도 300일이 넘게 남아있었지만 시간은 흘러 흘러 어느덧 7월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완주가능성이 있을지 자신없는 상황이었지만, "할수 있을거야.."를 마음속으로 계속 외치며 조금씩이라도 짬이 날 때마다(아침, 점심시간 및 저녁시간) 운동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7월 7일에 아라뱃길(평지구간)을 혼자서 뺑뺑이 돌면서 180km를 돌아보았습니다. 지난 6월과는 달리 혼자서 실제 보급처럼 중간에 멈추지 않고 (화장실 1회와 스페셜 보급 1회) 180km를 완주하였습니다. 



비록 평지구간이긴 했지만 혼자서 실제 보급하듯이 보급하며 단조로운 풍경의 아라뱃길을 7시간동안 뱅글뱅글 돌면서 인내심을 기르고 이뤄낸 결과였습니다. 이 때 처음으로 "컷오프는 안당하겠다"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7월에 구례 현지에서 싸이클코스 사전답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싸이클 코스 답사를 하고 돌아오니 다시 고민이 산처럼 쌓이게 되었습니다. 생각외로 업힐이 있었고, 특히 마지막 바꿈터로 돌아가는 국도구간에서는 같이 간 분들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어서 다들 보내드리고 혼자서 겨우 숙소까지 복귀하는 등 여전히 자전거는 택도 없다는 걱정을 하게 되었지요. 

마지막까지 자전거가 참 걱정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함프로님께서 "5시간 로라타기" 훈련을  제안해주셨고, 땀과 눈물이 범벅된 5시간 로라훈련을 마치고서야... "아... 이걸 버텨내고나니 어떻게든 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눈물과 땀의 로라 5시간 후기
http://naver.me/5s5Ew8ph

그리고 대회를 불과 2주 앞둔 시점에서 마지막 점검 차원의 여주 하프대회를 참가하였습니다. (마지막 모의고사였지요)

여주 하프대회 후기 

http://naver.me/5YJk0LaY





7. 마음 내려놓기_이제 할 수 있는 건 없어

지독하게도 마음고생을 많이 하며 준비를 하였고, 이제 약 10여일의 테이퍼링 및 카보로딩 기간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라고 내려놓을 마음을 먹는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8. 제이디는 종목별로 이정도 준비했습니다.

제가 한것이 정답도 아니고, 오히려 무식하게 한 것도 매우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 종목별로 제가 했을때 도움이 되었던 훈련들과 최소한 이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수영>>
제이디는 빠르지도 않지만, 패닉도 없었습니다. 

수영은  패닉관리가 제일 중요합니다. 패닉 관리를 위해서는 오픈워터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강 잠실대교구간에서 오픈워터 연습은 최소 5회 이상 하실 것을 추천드리며, 대회에서의 몸싸움에 대비하여 오픈워터 대회를 최소한 2번이상은 참가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한강 등 오픈워터에서 굳이 3.8km를 경험해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회처럼 통제되지 않는 한 굳이 체력저하등의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일반 수영장에서 자유수영시간 등을 활용하여 3.8km를 다 돌아보는 것은 최소 1회 이상 해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2번 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제가 누굴 가르칠 실력이 아니므로 언급을 안할생각입니다만 수영에서 "투비트킥" 만큼은 꼭 배워서 몸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연습하고 가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후 자전거와 달리기까지 하기 위해서는 다리 근육을 최대한 아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영을 잘하기 위해서는 코어근육이 매우 중요한데, 관련 코어 단련에 함프로님의 "구근밸" 이 크게 도움되었었습니다. 

점심시간 마다 사내 헬스장에 세라밴드(검정색)을 가지고 가서 풀 동작과 회전근개 및 전거근 강화 동작을 약 10분씩 했었습니다.  




<<자전거>>

제이디는 자전거 준비에 제일 고생했고 제일 걱정 많이 했었습니다. 

겨울동안 야외라이딩이 어려울 때 로라훈련을 통해 다리를 만들어 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전거 평속 향상을 위한 보강운동 중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효과를 본 것은 "점프스쿼트" 였습니다. 

6월부터 8월까지 점심시간에 시간 날 때마다 점프스쿼트를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500개하고 앓아누울정도로 힘들었으나, 8월에는 1천개까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점프스쿼트를 할 때에는 단순히 갯수 1천개를 채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가급적 쉬는 시간을 최소화 하여 심폐기능 강화에도 도움이 되도록 운동하였습니다. 

180km 라이딩은 꼭 경험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울러 대회 현지 답사는 무조건 가보실 것을 권합니다. 만에 하나 자전거를 탈 여유가 되지 않는다면 최소한 자동차로라도 코스를 다녀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는 사실상 가장 중요한 대회준비라고 생각합니다. 





<<달리기>>

철인 준비할 때 제일 소홀히 했던 것이 달리기 준비입니다.

딱히 달리기를 잘하지 않기 때문에 달리기 준비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말마다 자전거 준비하느라 달리기는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점심시간이나 아침시간에 시간날때마다 하복천과 구근밸 그리고 엎드려피치를 꾸준히 하는 등 러닝 보강운동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100일 프로젝트등을 할 때 준비했던 기억들을 되살리며 한 번씩 에어로빅 러닝을 하고, 철인 1~2기 분들과 함께 올림픽 공원 LSD등을 통해 준비를 하였습니다. 

오픈케어 100일 프로젝트를 최소한 1회 이상 50% 이상 준비해보시는게 크게 도움이 됩니다. 

러닝용 보강운동 중 특히 지구력에 도움이 되는 하복천과 구근밸을 추천드립니다. 

 




<<보급>>

철인대회 특히 킹코스 대회는 보급까지 포함하여 철인 4종 대회라고 불릴정도로 보급이 중요한 대회입니다. 

"먹는 만큼 간다." "토가 나와도 억지로 파워젤을 밀어넣어야 한다." "보급에 실패하여 대회에 실패하였다" 등등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매우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

이 모든 것은 본인의 취향차이이기 때문에! 반드시 몇가지 옵션을 몸으로 직접 부딪쳐보고 내 몸에 적합한 보급전략이 무엇인지 사전에 체크해보아야 합니다. 

저의 경우 크게 도움을 받은 전략은 두개였습니다. 

(1) 자전거 물통에 파워젤과 BCAA를 함께 넣어서 준비하였습니다. 

 - 자전거 타는 동안 물통 하나에 파워젤 9개, BCAA 5캡슐을 넣어 물과함께 섞은 보급식을 총 두개 준비하였습니다. 

- 자전거 타면서 파워젤을 까먹는 것보다 물통에 섞어놓고 간편하게 먹는 것이 훨씬 편하고 빠르게 보급할 수 있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매우 유용한 사실이었습니다. 

(2) 대회시 보급은 운동하면서 소모한 칼로리만큼 보충한다

- 함프로님께서는 30분에 파워젤 하나씩 먹는다고 가정하고, 13시간 완주시 26개의 파워젤을 먹는게 공식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처음 그얘기를 들었을때는 도저히 믿을 수도 없고 이해도 할 수 없었습니다. 

- 철인티비 맥가이버님께서는 평소 가민 등 운동 어플에서 운동할 때 계산해주는 "소모 칼로리" 를 보시고, 소모하는 만큼 채우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 다른 철인 선배분도 생각보다 훨씬더 많이 먹고, 자전거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먹어두어야 지친 몸이 아닌 에너지를 채운몸으로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다고 조언해주셨습니다. 

- 저도 실제 대회에서 파워젤 26개, 그리고 덱스트로 10개 이상 먹었었습니다. 제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파워젤 먹는 연습도 한 번 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파워젤 9개가 들어가면 물통에 40%가 채워집니다. 후후)



<<영양과 다이어트>>

완주를 위한 몸을 만들기 위해 겨울부터 운동할 때마다 단백질 보충제와 BCAA를 섭취해주었으며, 취침전에 ZMA를 섭취하였습니다. 

단백질 보충제와 BCAA는 근육 합성을 도와주고, 근육 화복을 도와줍니다. 

ZMA의 Z(아연)은 근육 합성을 도와줍니다. 단, 철분과 함께 먹으면 체내에 흡수되지 않으므로 공복에 섭취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M(마그네슘)은 근육경련 방지제로 쥐가 났을때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인데, 평소에 꾸준히 섭취해주었습니다. 

체중의 경우 어느정도는 감량을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3종 경기에서 체중이 많아서 도움이 되는 종목은 없습니다. 여기서 조금 딜레마가 생기는데, 고강도 훈련을 하다보면 식사량이 필연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킹코스 준비하면서 살을 빼겠다는 것은 제 생각에는 원래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최소한의 몸을 만들겠다는 정도인 것입니다. 고강도 훈련 -> 회복을 위한 충분한 영양섭취 -> 체중유지를  고려한다면, 본격적으로 훈련에 접어들기 이전에 원하시는 체중으로 만들어놓고 훈련을 시작하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멘탈관리>>

훈련준비 후기를 며칠동안 써가면서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2018년만큼이나 힘들게 운동한 적이 없었습니다. 

항상 운동은 즐겁게하자. 내가 즐겁자고 하는 운동이 고통스러워지면 안된다. 라는 모토로 생활 체육인의 삶을 살아왔었는데, 이렇게 힘들게 도닦는 생활을 했다는 것이 새삼 아찔하네요. 그래도 그 결과가 너무나 달콤했기에 다시 준비하는 것이겠지요.

결국 힘든과정을 거쳐내고,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 두가지는 본인의 동기와 동료입니다. 

저의 경우 동기는 추상적인 것 보다는 구체적이고 "속물적"인 것이 오히려 더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추상적이고 멋진 동기 : 20년 넘게 가슴에 품어왔던 나의 꿈

속물적인 동기 : 크으~~ 아이언맨 킹코스를 완주하다니! 나 열라 멋짐! 나 좀 짱임! 

속물적인 동기를 굳이 다른 분들과 공유하실 필요는 없겠지만, 스스로 마음을 부여잡을 수 있다면 그 어떤 방법도 다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동료의 존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함께 자주 만날 수 있는 분들과 주기적으로 만나서 훈련하고, 서로 동기부여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 이 길고도 긴 훈련을 이겨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주변에서 "어떻게 그걸 완주하시죠?" 라고 물어봤을때.. "막상 해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풀코스 마라톤을 뛸 정도의 체력이라면 누구나 하실 수 있어요" 라고 답변을 합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으로는 꾸준히 준비만 한다면 누구나 여유있게 완주하실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런데 후기를 쓰다보니 정말 고민과 고생하면서 준비한 기억 밖에 없습니다. 그건 아마도 본인이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득한 두려움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어느누가 하루에 수영을, 자전거를, 달리기를 연달아서 할 엄두를 낼까요. 킹코스에 처음 도전하는 분 중에 홀로 킹코스를 하루에 다 해보고 대회에 출전하는 분이 계실까요... 

철인 그것도 킹코스를 경험없는 일반인이 준비하고 완주하는 것은 깜깜한 광장에서 매우 많은 선배철인들이 와글 와글 떠드는 전설 같은 경험담들을 하나하나 들어서 목표를 향해 기어가는 느낌 같습니다. 그 경험담이 누구에게는 도움이 되고 누구에게는 도움이 안될 수 있습니다. 

저도 그 와글와글 떠드는 썰에 하나 추가하는 셈이 되겠지요. 그렇기에 제가 지나온 길이 무조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철인대회에 한 번도 출전해보지도 않았고, 수영, 자전거  각각  해당거리만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왕초보가 매번 컷오프의 위기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나는 완주할 것이다" 라고 자기최면을 꾸준히 하면서 열심히 훈련한 결과 무사히 완주 할 수 있었다는 사실.. 즉, 어느 누구라도 완주할 것을 믿고 꾸준히 준비한다면 완주가능하다는 사실을 공유드리고 싶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언맨 퐈이야!!!


Posted by JayDub
,

카페에 쓴 후기를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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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이디입니다. 


일상이 바쁘다 보니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이번에 2019년 구례 접수하기도 했고, 지난주 대성 훈련부장님의 후기를 보면서 다시 생각이 나서 제 마음을 다잡기도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되어 이렇게 정리해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구례에 처음 접수하신 분들께서는 설렘과 동시에 걱정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준비한 과정이 절대 모범답안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낙제생 수준의 실력으로 좌충우돌 준비를 했었습니다. 과거 기록을 뒤져봤을 때 매우 미흡한 부분들이 많아서 참 부끄럽지만, 이런 초보도 첫 도전에 이렇게 준비해서 완주하였다는 내용을 보시면, 구례에 처음 도전하시는 분들께서 자신감을 가지시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부분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준비해보게 되었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내용은 더 깁니다!!

(부제) 제이디는 킹코스를 이렇게 준비하였습니다.




대회준비후기를 작성할 때에 "시간의 흐름대로" 작성할 것인지 아니면 "종목 또는 토픽 별로" 작성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시간의 흐름대로 간략하게 정리하고 종목별/토픽별로 또 정리하려고 합니다. 내용이 많아서 목차를 따로 작성해야할 것 같습니다. 

<<목차>>
1. 대회 접수하기 까지
2. 겨울을 잘보내자
3. 자전거 야외훈련 시작 
4. 첫번째 철인대회-'나 완주할 수 있니?'
5. 동료들과 함께 하다
6. 모의고사를 잘 치르자
7. 마음 내려놓기_이제 할 수 있는 건 없어
8. 제이디는 종목별로 이정도 준비했습니다.




1. 대회 접수하기 까지...

후기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철인3종은 제 인생 버킷리스트였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하겠지..' 라며 2015년에 로드바이크도 저렴이로 한대 구입했었죠. 2016년 가을에 후배랑 춘천 닭갈비 먹고 자전거로 복귀한 날 제 심장에 불을 지피게 되었습니다. 

"그래! 제대로 준비 한 번 해보자!"

그때까지 최장거리 러닝이 하프마라톤이었던 관계로..

2017년 봄에 풀코스를 뛰어보고, 2017년 가을 은총이로 머리를 올린 후 2018년 킹코스를 뛰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오픈케어에 가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 운동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확신하지요)

계획대로 2017년 봄 동마를 처음으로 완주하고, 자전거를 조금씩 준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러닝이 베이스였던 제 입장에서 자전거에 도저히 재미를 붙일 수가 없어서 자전거에 재미를 붙이기 위해 후배들과 2017년 추석연휴때 낙동강종주를 하다가 낙차사고로 약 2달간 운동을 쉬게 되었습니다. 

원래 머리올리려고 했던 은총이대회도 출전을 못하고, 2017년 올림픽 ->  2018년 킹코스 를 목표로 했던 제 전체적인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었죠. 

그땐 나름 씩씩하게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많이 우울했었나 봅니다. 

은총이 대회장에 찾아가서 후배 수달자전거의 첫 출전을 응원하려고 했는데 수달군이 수영 마치고 자전거 나가는 모습을 보고는 괜히 울적해져서 집으로 돌아왔었습니다. 


(주차장님께서 찍어주신 은총이날의 내모습 - 왼쪽얼굴이 아직 부어있어서 가린다고 가렸으나...)

얼굴 뼈가 단단히 고정되어야 하므로 11월 초까지 모든 운동 금지라는 주치의의 경고를 받고 빈둥거리다 보니 체중이 급격하게 올라갔습니다. (63~64kg ->65~67kg)

'내 모든 계획은 1년 밀리겠구나. 내년(2018년)에 올림픽코스로 머리올리고, 2019년에 킹코스 도전해야겠다.' 라고 말이죠..

11월초 오픈케어 카페에 정팔님이 2018년 구례 티켓 얼리버드 오픈되었다고 글을 올리는 순간...  다시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할 수 있을까?"
"운동을 계속 쉬었는데?"
"철인 올림픽도 해보지 않았는데 킹코스를 일단 접수한다고??"
"자전거 평속 20 겨우 넘는 실력으로는 180km 컷오프일텐데??"
"아니 그보다 180km 탈 수 있긴 한걸까?"

등등 수많은 걱정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단 한가지 마음으로 신청했습니다. 

"아이언맨이 되고 싶다."


(일러스트 출처 : 인스타그램 @mountainking7 윤지훈일러스트레이터 님)

대회 접수를 하고 나니 심장이 바쁘게 쿵쾅거립니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하나? 운동을 할 수 없는 지금의 나는 알 수 있는게 무엇일까?

(결국 다 지키지는 못하지만) 대회날까지 약 306일 이 남았으니 "구례 프로젝트 300" 이라는 거창한 이름도 만들고 운동목표와 운동계획을 하나씩 세우기 시작합니다. 

일단 자전거가 평속 20 겨우 나올 정도로 절망적인지라.. 자전거 훈련이 가장 시급하고, 새벽수영도 등록하였습니다. 마라톤은 2018 동마100일 프로젝트로 준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당시 계획했던 큰 그림은 아래와 같습니다. 


(실제로 저대로 한 건 거의 없지만, 그래도 얼추 비슷하게 한 거 같은 느낌이 드는건 왜죠? ㅎㅎ)





2. 겨울을 잘보내자

대회 신청 빨도 있고, 인생의 목표라는 마음도 있다보니 의욕이 충만합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로라 훈련도 하고 훈련일지를 어떻게 정리할지도 구성해보고, 매일매일 보강운동을 어떻게 할지도 찾아봅니다. 

달리기는 함프로님만 따라가면 되니 제일 골칫거리인 자전거를 어떻게든 해야한다는 생각이 매우 컸습니다. 

틈날때마다 자전거 관련 훈련방법을 웹서핑하고 메모어플에 담아두는게 일이었습니다. 



저는 밤도깨비 타입이어서 아침운동을 정말 잘 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2017년 첫 동마준비때에도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밤 11시~새벽2시 사이에 혼자 소화했었지요. 그런데 이 킹코스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필요한 만큼의 운동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침운동이 필수였습니다.

어떻게든 아침에 일어나야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오픈케어 로라방을 가기에는 집에서 너무 멀다 보니 혼자 베란다에서 깜깜한 별빛아래 새벽 로라를 타면서 수도 없이 되뇌었던 말이 있습니다. 






"너가 어둠속에서 하는 것들이 너를 눈부신 조명아래에 설 수 있게 해줄 거야"

그리고 오픈케어에서 철인수영교실을 1월부터 개설해주신 덕에 주말에 수영을 배우러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영 자체는 어릴때부터 꾸준히 했었지만 그냥 수영장에서 물장구 치는 수준이었던바, 철인수영교실 수업을 들으며 대회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6월까지 꾸준히 수업을 들으며 수영준비를 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조지애코치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새해가 되면서 첫번째 시련을 맞게 됩니다. 

새해부터 부서이동으로 업무가 바뀌면서 1월~3월동안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되었습니다. 야근은 기본이요, 11시~12시에 퇴근하는게 빈번한 상황이 되었죠. 그러다 보니 계획대로 운동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새벽운동과 점심시간을 쪼개서 보강운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새벽에는 로라타거나(화목) 수영(월수금)가고, 점심시간에는 하복천 정도의 보강운동만 하고, 저녁시간에는 업무하는 과정이 반복되며 달리기 준비가 소홀해지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이때 마음이 참 힘들었었습니다. 야근을 늦게까지 하고 나면 밤에 잠깐이라도 달리러 가고 싶지만, 다음날 새벽에도 일어나서 운동을 해야 하니 달리기를 못하고, 또는 아예 너무 늦게 집에 들어가니 새벽 운동도 못하고... 




(악필 죄송)
매일매일 목표치에 가위표가 쌓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져서 결국 2월부터는 1일 운동 계획을 쓰지 않고 그냥 닥치는대로 운동하는 거로 마음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저는 겨울을 계획한 만큼 잘 보내지 못했었고, 이후 봄과 여름을 매우 힘들게 보냈었습니다. 

엄청난 의지력이 있지 않는 한은 본인이 좋아하지 않는 종목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비용이나 위치 고민하지 말고 함께 할 동료를 찾는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는 자전거 로라가 그랬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결국 주말 오픈케어 로라방을 가는게 맞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단지... 주중에도 매일 늦게 퇴근하고, 운동하느라 애기랑 놀지도 못하는데, 주말에 철인수영과 100일 프로젝트에 로라방까지 가는 경우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로라를 집에서 하는 것으로 선택했었던 것이지요


결국 이도 저도 아니게 겨울을 보내고, 2018년 동마는 약 15km를 걸어서 완주하게 되었습니다. 무리하면 계속 뛸 수도 있었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무리해서 부상을 입는 것보다는 다음날 그리고 그다음날 계속해서 구례 대비 훈련을 이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걷기로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겨울을 잘 보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상당히 불편했습니다만 저의 목표는 3월이 아니라 9월이므로 3월부터 포기를 얘기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하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니까요"


(이과 망했으면...)


3. 자전거 야외훈련 시작

3월이 되어 날이 따뜻해지니 지난 겨울의 로라훈련 성과도 보고 싶어서 밖으로 나섰습니다. 코스는 약 65km 짜리 하트코스...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중간에 발을 동동구르며 햇살을 쬔건 논외로 하고, 시간이.. 평속이... 20.6km/h 이라니... 이러면 총 180km를 거의 9시간 걸리기 때문에 달리기는 시작도 못하고 컷오프할 상황인겁니다. (킹코스 자전거 컷오프 시간이 8시간입니다.)  

이때부터 마음이 너무너무 급해졌습니다. 자전거에 도움되는 보강운동을 찾아서 점심시간을 쪼개가며 점프스쿼트, 스쿼트, 런지, 플랭크를 했고, (사실상 달리기는 거의 그만둘정도) 회사 헬스장에서 고정 자전거라도 타기 위해 시간을 쪼갰습니다. 

그렇게 1개월이 지났고, 동일한 코스를 90km 동안 타보았습니다. 



평속이 아주아주 조금 올랐으나, 여전히 두배를 해보면 8시간으로 휴식시간을 가질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시기에는 거의 속으로 울면서 자전거 타고, 훈련했던거 같습니다. 

그에 더해서 다른 걱정은 과연 내가 180km를 탈 수 있을까? 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2017년에 국토종주를 하면서 1일 100km 이상씩 타보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하루종일 쉬엄쉬엄 탔던 것이고, 이마저도 130km정도가 최대였기때문에 180km 라는 거리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극복해야할 숙제였습니다. 

설악 그란폰도도 참가해보았으나 비로 인해 저체온증과 싸우며 DNF를 한 경험으로 인해 마음속에서 자전거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기는 커녕 마음속에서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4. 첫번째 철인 대회 - 나 완주 할 수 있는거니?

자전거에 대한 두려움은 둘째치고, 수영을 아무리 좋아한다지만 오픈워터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하에 한강 아쿠아슬론대회에 출전을 결정하였습니다. 

대회종목은 750미터, 1.5km, 3.0km 가 있었는데요, 어차피 킹코스가 3.8km인데 짧은거리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하에 조금 무모하지만 수영 3.0km + 런 20km 짜리 아쿠아슬론을 신청하였습니다. 

(한강 아쿠아슬론 대회 후기)
https://runningjay.tistory.com/62?category=795413

(한강 아쿠아슬론 대회 후기_외전)
https://runningjay.tistory.com/67

후기에서는 억지로 유쾌한 척 덤덤하게 적었었지만,아쿠아슬론을 꼴찌 하고 나니 이제는 수영도 개판이고, 자전거는 컷오프를 걱정할 수준이니 달리기까지는 가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졌습니다. 


(모두 빠져나온 물에서 혼자 수영을 마치고 나오며...)


그리고 6월에 저의 첫 트라이애슬론 대회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17년 3월 듀애슬론, 18년 5월 아쿠아슬론은 했었지만 3종목을 다 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바꿈터에서의 전환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홍성 O2 대회에 출전하였습니다. (O2대회는 올림픽코스 x2의 거리를 뛰는 대회입니다.) 

이때에도 올림픽 코스를 해보는 것보다는 중장거리 연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 대회를 마치고 후기를 한참 쓰다가 울적해져서 그냥 삭제해버린 기억이 납니다. 



대회기록을 확인해보니 수영 중하위권, 자전거 최하위권, 달리기 중하위권의 기록이었습니다.  완주 시간도 6시간 57분으로 컷오프시간 7시간에 3분 모자라는 기억이었지요. 

처음 출전하는 3종 대회였지만 나름대로 꾸준히 준비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철인은 아무나 되는게 아니구나" 라는 매우 간단한 명제만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회는 3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는데 저는 아무것도 된게 없었습니다. 이대로는 대회에서의 실패가 불보듯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다음편에서 바로 이어집니다.)

Posted by JayD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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