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하던 카페에 쓴 후기를 그대로 옮겨옵니다. (네이버 오픈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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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슬론 대회를 진행하며 런에서 너무나 힘들었었습니다. 원래 런을 좋아하는데 왜 런이 힘들었을까요?



그 원인은 대회 하루전부터 시작합니다. 

'첫 아쿠아슬론이야. 이거 의외로 긴장되는 걸... 수영 3km에 달리기 20km라면 운동량이 절대 적은게 아니야. 많은 준비를 해야겠어.' 

라며 꽂힌게 바로 다음날 아침 화장실 문제였습니다. 

대회에 많이 참가해보신 분들은 다들 경험이 있으실 텐데요.. ㅎㅎㄹ

그래서 이번 경험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식사중이시거나 비위가 약하신 분들께는 미리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좀 지저분하긴 하지만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떠날 수 없는 문제.. 바로 화장실 문제입니다. 

사람마다 일반적인 타이밍이 다르지만, 저의 경우는 주로 회사에 출근해서 용무를 해결합니다. 




그런데 보통 대회는 7시~9시 사이에 출발하므로, 평소의 타이밍을 기다리는 경우 대회중간에 신호가 온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회장에 도착하여 해결을 하고자 하는 경우, 하염없이 늘어선 줄로 인하여 화장실 안에서 출발 카운트 다운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실제로 그런 적이 있지요)

그래서 저는 가급적 대회당일 아침 5시~7시 사이에 용무를 해결하기를 희망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집에서 해결하고 상쾌한(?) 마음으로 집을 나서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의 경우 원래 타이밍보다 거의 4~5시간 앞당겨지다보니 성공확률이 20% 미만입니다. 

또다른 팁은 대회장으로부터 버스 1정거장 정도 떨어진 곳의 공중화장실에서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면 별로 붐비지도 않고, (저의 경우 밖에서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 긴장되어서 실패하는 겨우도 자주 있습니다.) 쾌적하게 해결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대회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아쿠아슬론을 준비하며 

"대회 당일 아침 4시 40분에 집 화장실에서 용무를 해결하고 나선다!"

라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참고)
저는 의학/생리학/생물학 쪽과는 백만광년 정도 멀리 떨어진 경영학과 출신이어서 그냥 여기저기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정보를 토대로 얘기하는 것이므로, 보다 과학적인 근거와 생리학적인 설명이 필요하신 분은 구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무책임)


(계획1) 섬유질을 많이 섭취한다!



섬유질은 장운동을 원활하게 하고 배변에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대회전날 점심시간에 샐러드를 섭취하였습니다. 


(계획2) 유산균을 많이 섭취한다! 

위 사진에도 보이지만 떠먹는 요거트를 하나 먹었습니다. 그리고 모자란 듯 하여 마시는 요거트를 하나 더 먹었지요.




(계획3) 섬유질을 또 섭취한다.




수용성 섬유질이지만, 그래도 섬유질이니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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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뭔가 좀 아니다 싶은 느낌이 오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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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4) 변비약을 섭취한다.

전세계 판매 1위 변비약 둘코락스 S를 취침전에 섭취하였습니다. 




예전에 대장내시경 하면서 먹어본 적이 있는데 큰 부작용이 없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 그리고 비록 감량중이긴 하지만 다음날 대회때 카보로딩을 위하여 콩국수를 냠냠 하였습니다. 





그리고 결전의날 아침 4시 30분 (선수등록이 6시부터, 대회 시작이 7시 30분 부터여서 좀 일찍 일어났습니다.)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나니 살짝 신호가 옵니다. 화장실에 앉았는데, 신호가 사그라들었습니다. 

좀 더 기다리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옷을 입고 현관을 나서는데 신호가옵니다!!



오케이! 원래 계획했던 시간보다 조금 늦긴 했지만, 드디어 성공했어! 역시 신경쓰고 준비한 보람이 있구나!!!

라고 말하며 현관을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다시 신호가...



그리고 한번 더....

대회 같이 참가하기로 한 수달자전거님이 택시를 타고 저희 집 앞으로 왔습니다. (같이 택시타기로..)

그리고 대회장에 도착... 




선수등록을 하고, 바꿈터에 쪼그리고 앉아서 주섬주섬 준비하고 있으니 또다시.......




그렇게 총 3번의 사투를 벌인 후 수영 입수!!

자세한 아쿠아슬론 후기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http://naver.me/FyXVkmCz

그렇게 수영을 마치고 달리기 총 4바퀴중 2바퀴째를 시작하였습니다. 

2바퀴째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 타이밍에 한강 자전거길을 지나가는 한 팩이 "오픈케어! 오픈케어!! 제이디 화이팅!!!" 하며 지나갑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오토웨이님께서 지나가시면서 부르신 거더라구요, 오토웨이님의 표현에 따르면 

"애가 완전 맛이 갔더라고!" 

네... 딱 그랬었네요..

그렇게 화장실을 한 번 더 갔습니다. 


오픈케언 분들께서는 다들 읽으시면서 '바보 아냐? 왜 저렇게 미련한 짓을 해?' 라고 생각하시겠지요. 

저도 제가 나름 똘똘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사람이 뭔가 하나에 꽂히면 정말 바보 같은 바보짓을 진지하게 하게 되더라구요. 





오픈케어에 내려오는 격언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 대회 전날과 대회 당일에는 안하던거 하지마라" 가 있습니다. 

정말 안하던가 하시면 안됩니다. 실험은 대회 당일이 아니라 대회 전에 꼭 해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안그러면 저같은 경험을 해보시게 된다는 점!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후기의 외전의 후기>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이지만, 저 위의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하는 것은 너무나도 바보짓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일주일동안 한가지씩 한가지씩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의 효과를 분석해보았습니다. 

(1) 샐러드
얘는 사실 감량때문에 수시로 먹던 거라서 특별한 차이를 못느꼈네요

(2) 요거트
큰 사이즈의 드링킹요거트는 다음날 아침 확실히 효과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미에로화이바
나중에 찾아보니 수용성 섬유질은 크게 영향이 없다고 하네요

(4) 변비약
저의 모든 고충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둘코락스 S 였습니다. 



(5) 콩국수
의외로 콩국수는 몸에 아주 좋은 탄수화물 공급원에 되어주었던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토요일 저녁에 콩국수를 섭취하고 일요일에 수달자전거님과 180km 라이딩 하면서 지치거나 봉크나지 않은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한번 당부드립니다. 화장실 문제를 잘 해결하고 싶은 분들은 저의 도전들을 꼭 사전에 하나씩 해보셔서 몸에 잘 맞는 것들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모든걸 한꺼번에 하시는 건 정말 자제 부탁드리겠습니다. 

지저분 한 이야기를 그것도 길게 썼는데 끝까지 읽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민망해서 대댓글은 자제할 예정입니다.)




훈련도 열심히 하시고, 장도 건강한 오픈케언즈가 되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JayD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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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홍성 O2대회를 참가하고 왔습니다. 이미 많이들 아시겠지만, O2 대회는 올림픽 코스 X 2배의 거리를 뛰는 코스입니다.

(Triathlon 코스 종류)
우리나라에서는 막연히 "철인3종" 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정식명칭은 3가지 운동의 뜻을 가진 "트라이애슬론(Triathlon)" 입니다. 그리고 철인3종 하는 선수들은 "트라이애슬릿(Triathlete)"이라고 부르구요.

일종의 육상이나 수영정도의 분류가 트라이애슬론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육상에서도 100미터, 200미터, 1만미터, 마라톤이 있고, 수영에서도 자유형 400미터, 1천미터 등의 종목이 따로 있는 것처럼, 트라이애슬론도 거리에 따른 종목이 다르게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올림픽코스: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코스로 가장 대중적인 코스입니다. 수영 1.5km, 자전거 40km, 달리기 10km로 이루어져있습니다.(제한시간 3시간30분) 사실상 수영할줄 알고, 자전거 탈줄 알면서 마라톤 동호회 꾸준히 했거나, 자전거 동호회 꾸준히 하신 분이라면 누구나 완주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코스입니다.

- 킹코스 : 진정한 철인이라고 불리우는 철인3종 코스입니다. 사실 이 킹코스에서도 "아이언맨" 협회에서 하는 것만이 아이언맨코스라고 불리우기도 합니다만, 자세한 사정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킹코스를 완주한 사람이 진정한 "Ironman" 또는 "철인" 으로 불리는 것은 맞습니다. 수영 3.8km, 자전거 180 km, 달리기 42.195km를 이어서 17시간제한시간내에 완주하는 것이 목표인 대회입니다.

나머지는 위의 올림픽코스와 킹코스의 바리에이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스프린트코스 : 입문자 또는 프로 선수들을 위한 코스로 올림픽 코스의 절반을 합니다. 수영 750m 자전거 20km 달리기 5km

- O2코스 : 올림픽 코스의 2배거리를 뛰는 중거리 대회입니다. 수영 3km, 자전거 80km, 달리기 20km 입니다.

- 하프코스 : 킹코스의 절반거리를 뛰는 중거리 대회입니다. 수영 1.9km, 자전거 90km, 달리기 21.0975km를 뜁니다.

- 그외 : 킹코스의 두배 (더블), 3배(트리플), 4배(쿼드루플), 데카(10배) 등의 코스도 있다고 합니다.

각설하고 원래 계획은 작년 은총이 대회(올림픽코스)에서 트라이애슬론 입문하고 올해 홍성에서 중거리 익힌 후 가을 구례에서 킹코스를 완주하려던 계획이었으나, 작년 낙차사고로 인해 은총이 대회를 DNS하여 어쩌다 보니 첫 대회를 중거리로 시작하게 되었네요.

많은분들이 놀라십니다. 정말 첫 대회냐고.. 철인을 글로 배워서 그렇습니다. 아는체를 좀 많이 하네요. 듀애슬론은 두번해봤고, 아쿠아슬론 1번 해봤으니 부분부분으로는 다 해보긴 했네요. 바꿈터 경험도 있긴 하고, 어쨌든 트라이애슬론 대회로는 실제로 처음입니다.

나름 첫 대회인지라, 준비겸 해서 지난 번 아쿠아슬론 대회도 참가했었고, (장렬한 꼴찌) 그 이후 한강 오픈워터 훈련 2회더, 자전거 180km 라이딩경험, 꾸준한 달리기등을 해왔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결전지인 홍성으로 출발합니다.

"강원도 간대매?" 아니요.. 충청도 홍성입니다. 홍성이요!

토요일 오후 잠실 수영장에서 수영 수업을 마치고 온가족이 출발합니다. 참고로 원정경기이든, 서울근교 경기이든, 가족이 대회장에 함께 와서 응원을 받는 것은 출전하는 분들의 깊은 바램이겠지만, 그 바램은 그냥 넣어두는게 좋습니다.

철인대회는 보통 바꿈터를 중심으로 수영/자전거/달리기가 꾸준히 번갈아가며 이어지므로, 바꿈터 주변에 있으면 선수를 계속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올림픽 코스는 일반적으로 3시간, 하프/O2코스는 6시간 이상, 킹코스는 14~17시간동안 기다려야 하는데, 그시간동안 이제나 저제나 남편/아내/아빠/엄마가 오기를 목빼고 기다려야 하는 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참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가족의 응원과 박수를 받으며 골인지점을 통과하는 것이 꿈인 예비철인 분들이 계시다면, 어느정도는 포기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제가 대회하는 동안 가족이 다른 활동을 즐기고, 마칠때 쯤에나 보자고 이미 얘기해둔 상태였습니다.)

토요일 오후 조금 늦게(4시경) 출발했더니 검차장에서 이미 대회설명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해가 서서히 넘어갈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대회장에서 출전선수 명단을 확인하고, 본인의 배번을 확인한 후, 신체포기각서 가아니라 사고시 본인책임이라는 서약서에 서명하고 나면 선수등록 물품 백을 줍니다.

(선수명단 확인)

보통 물품백에는 배번/스티커/헤나/전자발찌 기록칩이 들어있습니다.

배번은 대회당일 레이스벨트에 달거나 대회복에 핀으로 고정을 시킵니다.

스티커는 헬멧 정면, 좌/우측면, 그리고 자전거 싯포스트에 숫자가 뒤쪽으로 향하도록 붙여줍니다.

헤나는 양쪽 어깨/팔뚝/다리 등 외부에서 선수의 배번이 몇번인지를 빠르게 식별할 수 있도록 물을 뭍여서 부착합니다. (대회가 끝나고 나면 헤나부위만 자외선이 자단되어 고기등급이 잘매겨진 걸 대회 참가 번호가 아름답게 태닝이 되어집니다. 나름 철인의 상징이죠. 은근 자부심 생깁니다.)

(301번 선수)

스티커까지 부착하고난 후 검차장으로 가면 자전거와 헬멧이 문제가 없는지 검차를 한 후 검차 완료 스티커를 붙여줍니다.

대충 보는 것 같아도, 브레이크 제동이 충분히 잘 되는지, 헬멧은 문제가 없는지, 싯포스트나 스템에 유격은 없는지 등을 봅니다. 의외로 검차에서 불합격 먹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이 경우 자가정비가 가능하신 분은 바로 정비 하시고, 어려우신 분은 근처 샾을 찾아가서 정비받고 다시 검차를 받으셔야 하므로, 시간 여유를 두고 검차장에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작년 듀애슬론 대회에서 제 후배가 검차 불합격 받아서 난리브루스를 친 적이 있습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첫 대회 출전인게 티가 나는지... (아마 긴장한 표정 탓이겠지요) 검차하시는 분께서 말씀하십니다. "대회 책자에 있는 대회 규정 꼼꼼히 읽어보시고 오세요 처음 오시는 분들은 꼭! 읽어보셔야 합니다." 라고 하시네요.

숙소로 이동한 후 책자를 꼼꼼히 읽어봅니다.

어머나. 반가운 얼굴이 보이네요!

(반가워요 매니저님)

보통은 대회당일 필요한 것들을 바닥에 늘어놓고 사진 찍기도 하는데, 뭔가 피곤함에 졸음이 쏟아집니다.

숙소가 대회장에서 30분 거리에 있어서 일찍 일어나야하므로 내일을 기약하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Posted by JayD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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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5월 19일로 예정되었던 한강아쿠아슬론 대회가 강우에 따른 한강 유속 증가 등의 이유로 일주일 연기된 5월 26일에 개최되었다.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던 대회였는데, 일주일이 늦춰지는 바람에 다른 대회(바다의 날 마라톤)와 겹치게 되었으나, 구례 가기전에 오픈워터 경험을 빨리 해야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으로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대회에는 같이 운동하는 후배 1과 참가하기로 하였으며, (그친구는 올림픽코스, 나는 울트라코스) 정말 고맙게도 다른 후배 한명이 대회 내내 현장에 와서 사진을 찍어주기로 하여 역대급으로 고마운 많은 사진들을 건질 수 있었다. (ㅎㄹㅂ 정말 땡큐!)

(좋댄다, 그나저나 저 배는 진짜 걱정이다)

출발시간이 30분 늦춰져서 워밍업 시간이 살짝 주어졌다. 이렇게 난생처음 오픈워터에서 수영을 해보게 되었다.

(물론 바다에서 허우적 거려본 적이 매우 많이 있긴 하지만)

(긴장을 안했을 리가 없지)

처음 들어가보는 한강물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그리고 심장이 마구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긴장할 것 없어, 너가 20년 넘게 그렇게 좋아하는 수영을 마음껏 하는 날이야. 부력수트입고 있으면 절대로 물 속에 빠지지 않는 다는 것도 알고 있잖아.'

라고 속으로 되뇌어도 심장의 쿵쾅거림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약 15미터 전진 했다가 복귀한다.



(복귀후 한장)

곰곰이 생각해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려움은 아니다. 물속에 있다고 두렵지는 않다. 물이 꽤 차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몸을 데우고 들어가야겠다 싶어서 관절을 돌려준다. 구석구석 돌려주며 생각을 해보았는데, 이게 소위 말하는 패닉인가 싶다.

[오픈워터를 글로만 배웠어요]
웹서핑을 통해서 철인수영 얘기들을 볼 때마다 많이들 하는 이야기가 패닉이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시야, 까딱 잘못하면 생명이 왔다갔다 할 수 있다는 불안감, 강물의 흐름 또는 거센 파도에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공포감까지 한꺼번에 오는 경우 숨이 가빠지고 눈앞이 하얘진다는 경고를 많이 봤다. 그럴땐 차분히 누워서 (수트는 물에 매우 잘뜬다) 하늘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좀 하면서 안정하면 된다고 한다.

라고 글로 읽어서 알고 있다. 그래서 수경도 투명한 것으로 끼고, 수트도 미리 입고 수영해보고, 수영장에서 거리도 충분히 해봤다. 매우 짧은 거리이지만, 바다에서 맨몸으로 수영하다 쥐난 상태에서 혼자 밖으로 나와본 적도 있다. 공포는 아니지만 패닉은 맞다? 좀 우습지만, 공포까지는 아니지만 불안감과 염려가 온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출발,

   (사실 윗사진은 워밍업때 사진이다)

출발 인원은 30명이 조금 못되는 인원이었던 느낌이다.

원래 수영 3km 코스 신청자는 60명이 넘었던 것 같은데, 대회 일정이 밀리고 하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안 온 것이겠지,

예전에 자전거 배웠던 이촌동 반트짐 원장님도 출전하셔서 옆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나중에 안 얘기지만 원장님은 3위 하셨음)

어쨌든 출발신호가 울리고, 입수... 살짝 서늘한 기운과 함께 심장이 두근거린다. 일부러 뒤쪽에서 출발했는데, 어라? 여러명을 앞지르기도 하고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가게 된다.

'어라?? 어라?? 나 나쁘지 않은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누가 내 엉덩이를 잡아서 바닥으로 푸욱 누른다. (자유형 팔동작 한 거겠지만) 의외로 겁나지도, 당황스럽지도 않고 그냥 '예상했던 대로다!' 라며 몸을 돌리는데 앞에서 평영발차기 어택이 날아들어온다!

후우.. 나도 틀림없이 누군가에게 공격을 많이 했겠지만, 피해 받기도 싫고, 피해 주기도 싫다보니 천천히 그리고 바깥쪽으로 돌아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 너무 멀어지면 또 불안하다 보니 자꾸 부표줄을 확인한다. 뭔가 느낌이 허우적 거리는 듯 하고, 숨이 가쁘다.

첫번째 턴 구역에서 보니 앞으로 대부분이 갔고, 내 뒤로 약 5~6명이 허우적 거리듯이 오고 있는 듯 하다.

'난 왜이렇게 숨이 가쁜거야?'

아.. 이게 대성형님이 말하신 '숨이 안트이는 기분' 인가보다. 그러고 보니 첫 삼각형 구간동안 롤링도 엉망이고, 2비트킥은 무슨 거의 6비트킥하고, 팔도 허우적 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수영 삼각형의 첫번째 턴 지점에서 뭔가 느낌이 오다)

그래 이미 빠른 사람은 다 내 앞에 갔다. 난 첫번째 오픈워터를 3km 대회로 출전한 겁없는 아이이지 않더냐. 그냥 원래 내가 잘하는 느리게 천천히 수영하기로 완주에 의의를 두자.

라고 마음을 먹고 천천히 길게 길게 킥 한번에 팔한번 여유를 가지고 가니, 삼각형의 2번째 변에서는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스무스하게 갈 수 있었다.

다시한번

그리하여 삼각형의 3번째 변으로 들어가서 수영을 시작했는데, 새로운 타입의 고난이 생겼다. 강물은 나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데, 나는 직선으로 수영하다보니 호흡을 하려고 오른쪽으로 돌릴때마다 부표줄이 내 머리를 때리고, 팔이 엉킨다.

후우... 내가 느끼기에 부표줄과 거의 30도방향으로 수영을 해도 자꾸 부딪힌다. 화요일에 비가와서 유속이 빠른 것인가? 라고 생각해본다.

그렇게 여차저차 1LAP을 마치고 (신기하게도 다시 물에 들어가는 데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출발하려는데 방송이 나온다.

'자 올림픽코스 출발 15초전입니다.'

으으... 울트라 코스 출발을 늦게 하더니, 원래 30분 간격의 출발을 이렇게 텀을 짧게 두냐!

(지가 느린건 생각안하고)

2랩 초반엔 올림픽코스(1.5km 수영) 주자들이 내 온몸을 손과 발로 마사지 해주며 지나간다.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천천히 가도록 하자.

3랩부터는 올림픽 주자들 중 뒤쳐진 사람들을 앞지르는 여유도 생긴다.

3랩을 마치고 나니 (시간적으로 올림픽 주자들 2랩 마칠정도의 시간) 나오란다.

"저 한바퀴 더 남았어요!"

"한바퀴 더 남으셨다구요???"

그렇게 한강을 전세낸 느낌으로 마지막 바퀴를 시작한다. 3LAP 까지 시간을 확인하니 100m당 2분 19초정도의 페이스이다. 원래 목표한 페이스가 2분 15초~2분 25초 /100m 이므로 절대 느린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느린게 아니라는 느낌인데...

왜 나혼자 수영하는걸까... 괜시리 패배감이 몸을 타고 돈다.

그래도 완주에 의의를 두자. 삼각형 3번째 변에 도달하니 올림픽 주자들 중에 줄을 잡고 가는 분들이 보인다.

수영 마무리 1시간 26분 (1시간 20분쯤 마무리 짓길 희망했는데, 이는 좀 아쉽다)

수영 2랩때 몸싸움당하다가 다른 분이 친절하게 시계를 눌러주셔서 시간이 이상하게 되었다. (재밋게도, 멈춤을 누른건 아니고, 바꿈터에서 50분이나 있었던걸로 측정되긴 했지만 ㅎㅎ) 수영 마치고 버튼을 눌렀더니 달리기를 시작한 걸로 측정이 시작되었다.

바꿈터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시뮬레이션을 사전에 해둔 종이를 비치해두었었다.

울트라 주자중에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출발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다. 서두르고 싶은 생각도 전혀 들지 않고, 하나하나 읽어나가며 할 일들을 챙긴다. 단지 좀 씁쓸한건, 나는 나름 계획한 페이스를 지키며 첫 오픈 워터를 잘 마쳤다 싶은데 너무 뒤쳐진 느낌때문인 듯.

이제는 런이다. 목표 페이스는 6분. 무리하지 말고, 6분 페이스만 지키자.

5km 1바퀴는 5분 50초 페이스정도 나오는 듯 하다. 햇살이 따갑고 미세먼지가 심하지만, 달리다 보니 기분은 좋아진다.

올림픽 주자들중 좀 힘들어 보이는 주자들을 하나둘씩 앞지르다 보니 뭔가 앞서는 기분이 들어서 기분도 좋다.

그런데 러닝 2바퀴째에 배가 싸하다... 나름 카보로딩한다고 전날 먹은 콩국수가 세상구경하고 싶다고 아우성이구나...

후우... 화장실 다녀오니 무려 5분이 경과했다. 이 때부터 3바퀴째까지는 몇번이나 그만둘까 싶은 마음과 싸웠던것 같다.

2바퀴 마칠 즈음 대부분의 올림픽주자들도 러닝을 마물하고 있었고, 3바퀴 마칠때는 내 기억에 내 앞에 2명만 지나가고 있었다.

대회는 거의 파장분위기이고, 내가 대회를 마치길 기다리는 후배 둘에게 미안한 마음도 점점 커져만 갔다. '내가 그냥 여기서 대회를 마쳐버리면 덜 기다리고 빨리 갈 수 있을텐데' 아니 그런데 이사람들은 왜이렇게 빠른거야? 등등의 시간이 끊임없이 내 머릿속을 괴롭힌다.

그래 이왕 꼴지인것, 꼴지로 완주라도 하자. DNS한 분도 계실테고, DNF 한 분도 계시겠지만, 난 꼴지로 완주하겠다.

(거창하게 쓰긴 했지만, 저렇게 비장한 마음까진 아녔다. 그냥 기다리는 후배들에게 미안하고, 아직 내가 충분히 빠르지 않은 데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 준비를 더 충실히 해야겠다는 고민하느라 바빴지)

와~ 완주했다!!

고맙게도 마지막 100미터를 함께 뛰어준 우리 종훈이 고맙다!

마지막까지 사진찍어준 영주도 고맙다!

바꿈터에 들어왔더니 아니나 다를까 내 상자만 짐이 남아있다.

포디움에서 기분도 내보고 ㅎㅎ

내가 이모든 것을 도전하고, 긍정의 마음으로 완주할 수 있게 도와준 오픈케어 함연식프로, 문매니저님, 그리고 철인수영교실의 조지애 선생님께 감사인사를 전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난 첫 오픈워터에 3km를 무사히 완주했고, 한 번도 걷지 않고 20km를 달렸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아쿠아슬론 울트라코스]
총 소요시간 : 3시간 50분 42초 (가민기준)

수영 3km : 1시간 25분
바꿈터 1 : 10분(추정)
러닝 20km : 2시간 15분(추정)

(마무리)

(1) 수영은 수영장에서 장거리 연습할 때의 페이스와 거의 유사한 페이스가 나왔다. 오픈워터라는 두려움, 패닉만 잘 극복한다면 결국 수영장에서 수영이 빨라지면 오픈워터에서도 빨라질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2) 오픈워터 장거리 하려면 한쪽으로만 호흡하면 대미지가 엄청나대서 왼쪽 호흡 연습도 많이, 그리고 열심히 했는데, 일단 아직은 부표줄을 확인해야 하다보니 오른쪽으로만 호흡하게 되더라. + 3~4회에 한번씩 호흡 하는 것도 연습이 무색할 정도로 그냥 오른쪽으로 2스트로크당 1회 호흡 했다. 이는 조금 더 경험치가 쌓인 고수의 영역일듯 하다 .

(3) 살을 빼야 한다. 몸이 너무 무겁다. 이정도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지금부터 구례 대회 전까지 최소한 5kg은 빼야 한다.


Posted by JayD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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